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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라면이 아니라 문어 해물탕, 제주 청호식당

쿠르릉 2021. 2. 9. 18:17

가격인상(8월초)

더 이상 가성비 넘치던 2인분 24,000원(전복 빠진 문어라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복이 들어간 문어라면 36,000원 ㅜㅜ 

문어볶음은 2인분 24,000원 유지.

재방문 후 라면 메뉴 가격이 올라서 당혹스러웠다.

전복 없는 문어라면이 가성비였는데 없어진 듯..

여전히 문어볶음은 맛있었음.

 

나한테만 그런지 모르겠다. 메뉴에 라면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왠지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라면이라는 이름이 들어갔는데 5000원이 넘어가면 어딘가 비싸게 느껴진다.

생라면, 일본식 라면 전문점의 라면 정도라면 조금 더 고급져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저렴한 음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느즈막히 찾아간 식당

원래 계획은 표선 해변에서 애들만 라면을 먹이는 것이었다.

12,000원에 달하는 라면 값을 보며.. 그럼에도 라면을 먹고야 말겠다는 애들의 주장을 꺾을 수는 없었다.

라면 주제에 왜 이리 값이 비싼가라며 푸념을 하며 어른들은 그냥 굶자고 다짐했다.

그러다 이왕 라면을 먹을거면 제대로 먹어야지 하며 이동을 시작한다.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으니 당연히 터져나오는 "배고파", "멀미나" 같은 불만을 누르고 일주 동로를 열심히 달린다.

운전하는 내내 12,000원이라는 라면값은 불만족스럽다. (제주도에서 라면을 꼭 먹어야 하니?)

 

운전중 목적지에 다다라 또 만난 백반기행 맛집이라는 "보람식당"은 오늘도 "오늘은 쉽니다"라고 달아놨다.

"오늘'도' 쉽니다가 맞잖아. 포스트잇이라도 가서 붙여?"

옆에 앉은 A는 푸념을 한다.

상동 교차로에서 우회전해서 구불구불한 편도1차선 마을길로 접어들어 해안가에 도착하니..

이런, 매번 지나치던 곳이 청호식당이다. 다만 바로 옆 파란색 카페 건물에 묻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카페 뒤로 들어가 주차를 하니 네시가 넘었다.

늘 해안도로를 지나면서 카페에만 주목했는데, 바로 옆이 나름 유명한 식당이었어..

금요일 영업 마지막 손님

식당 내부로 들어가니 한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문어 시리즈와 막걸리를 즐기고 있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대낮 막걸리는 참 부러울 따름이다. 아, 부럽다!!

식당 내부

가게 내부에는 맛집에 붙어있는 유명인들의 사인+참 맛있어요가 붙어 있다.

무뚝뚝해보이는 사장님이 주문을 받으러 오셨다.

"문어 라면 4인분 주세요"

"우리집에 오면 보통 문어 라면 둘, 문어 볶음 둘 시키는데요."

"...어 그럼 그렇게 주세요.. (꼬리 내림)"

뭔가 자신감 있는 권고. 짧은 순간에 주문할 메뉴가 바뀌어 버렸다.

그 사이 A는 주방에서 "여보, 문어 두 마리밖에 없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건 뭘까..

다시 사장님 왈

"전복 말고 문어라면이죠?"

"네"

다시 주방에서 "여보, 전복 없어."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게 뭔 상황인지 몰랐는데.. 그렇다, 우리가 이 날 마지막 손님이었다.

이후 계속 가게에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재료가 없어 오늘은 어렵습니다"라는 통화로 마무리됐다.

이후 찾아온 손님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겁도 없이 느즈막히 왔는데 조금만 늦었다면 동행자들에게 원망을 바가지로 들을 뻔 했다.

제주 여행을 할 때는 식당들이 일찍 닫는다는 점과, 재료가 생각보다 일찍 떨어지고 그러면 가게를 닫는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느꼈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겁도 없이 확인도 없이 이렇게 늦게!!

(그래봐야 오후 4시인데 ㅜㅜ)

기본 반찬

제공되는 기본 찬은 특이할 것은 없지만 정갈하다.

 

불맛이 나지만 맵지 않은 문어볶음

먼저 문어볶음(2인분 24,000원)이 공기밥과 함께 나왔다.

문어 볶음, 빨갛지만 전혀 맵지 않다.

보기에는 매워 보이는데 전혀 맵지 않고 불맛이 나게 잘 볶아졌다. 

양배추와 양파도 바삭함이 잘 살아있다. 사장님이 자랑스레 추천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게도 문어를 얇게 저몄다. 씹는 느낌이 안살지 않을까 했는데, 밥에 비벼 먹으니 다른 재료와 잘 어울렸다.

 

문어해물탕 + 라면 사리 추가로 불러야 할 문어라면

이어서 기다리던 문어라면(2인분 24,000원) 등장.

첫 눈에, 이건 메뉴 이름을 잘못 지었단 생각이 든다. 문어 해물탕이라고 했어야지..

라면을 빙자한 해물탕. 문어야 미안해 ㅜㅜ

해물 양이 제법 된다. 이 가격에 해물이 이정도면 정말 훌륭하다.

"흰 국물이네요?" "우리는 국물 직접 우립니다." 사장님과 대화는 짧고 간결하다.

뭘로 우리는지는 묻지 않았으므로 굳이 알려주지 않는다. (궁금한건 국물을 뭘로 우린거냐인데..)

그 와중에 사장님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아무 말씀도 없이 면과 문어를 다 익히고는 더 불지 않도록 면을 건져내고 문어를 조각내 라면 위로 올린다.

사진을 찍으니 잠시 멈추심.. 사장님 츤데레!

게다가 딱새우도 순식간에 까서 앞접시마다 올려주신다. 츤데레!

문어 해물탕 국물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깔끔하다. 해물이 제법 들어가서 맛이 없으면 더 이상하겠다.

꽃게도 살이 실한 편이라 먹을게 제법 있었다.

결국 라면 사리 추가! 과식을 하게 되는구나.

이번에도 사장님은 "이제 드셔도 될 것 같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세화~성산~표선 구간을 다니면 행복하다. 한적해서 좋고, 아름다워서 좋고..

생각보다 든든하고 기분 좋게 점심 겸 저녁을 먹고는 이왕 온평까지 온 김에 회라도 사자며 성산일출봉 하나로마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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